[글마당] 재만이를 떠나보내고
누나, 내가 못 갈 것 같아 어깨 수술도 해야 하고 임플란트도… 옥천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온몸에서 피가 쭈르르 빠져나가듯 현기증이 났다 상한 마음에 웃음기를 잃었다 동생이 아프다는데 그건 묻지도 않고 내 생각만 했다 누나, 누나 내가 가야겠어 누나랑 통화하고 마음을 바꿨어 병원은 다녀와서 가려고 그때부터 남편은 화장실 리모델링 시작하고 난 괜히 집 앞을 쓸고 다녔다 떨어진 낙엽들을 마구마구 공중에 뿌리며 실실 웃었다 재만이가 나타났다 고향 공기를 흠뻑 싣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돌아가신 엄마를 꼭 껴안고 오듯 큰 체격에 엄마 눈 코 입을 꼭꼭 심고 나타났다 그 옆에 예쁘고 착한 올케와 함께 어릴 적 다락방에 올라가 꿀 퍼먹다 잠든 재만이 천둥 번개 치는 날엔 재봉틀 발판 위로 기어들어간 재만이가 이순의 나이로 백발이 되어 나타났다 우리 부부는 동생 부부와 한 달 동안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웃고 떠들고 설레었다 한 달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었나 십일월 마지막 월요일 엘에이 공항 한 남자와 두 여자가 끌어안고 윽윽 울음을 삼켰다 한 남자는 민망해 두 발짝 뒤로 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큭큭 삼켰던 울음이 쏟아졌다 채울 수 없는 공허함 버려지지 않는 이 그리움 재만아~ 홍유리 / 시인글마당 동생 부부 누나 누나 화장실 리모델링